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장미는고양이다 35

소싸움 / 황인동

소싸움 / 황인동자 봐라!수놈이면 뭐니뭐니 해도 힘인기라돈이니 명예이니 해도 힘이 제일인기라허벅지에 불끈거리는 힘 좀 봐라뿔따구에 확 치솟는 수놈의 힘 좀 봐라소싸움은 잔머리 대결이 아니라오래 되새김질한 질긴 힘인기라봐라, 저 싸움에 도취되어 출렁이는 파도를!저 싸움 어디에 비겁함이 묻었느냐저 싸움 어디에 학연지연이 있느냐뿔따구가 확 치솟을 땐나도 불의와 한 판 붙고 싶다.

6월의 혈관 / 이 효

6월의 혈관 / 이 효​​​​가시 돋은 피가 온몸을 할퀴며 간다 몸은 거대한 산맥 장기들 깊숙이 흐르는 진한 사색은 한평생 그가 살아온 길을 흑장미로 출력한다 주삿바늘은 부질없는 것들을 기억하고돌아누운 벽은 무채색 숨소리로 흐느낀다 명함 하나 없는 삶도주머니가 깊지 못한 삶도 끈질기고 싶은 순간이다 혈관을 타고 도는 과거의 연민은 피의 가시에 수없이 찔린다 새벽마다 짐승의 힘으로 뿔로 세상을 밀고 달린 남자 하루를 중얼거린 무너진 산은 급한 내일을 수혈받는다 먼 산, 6월의 혈관은 시퍼런 울음 누른다 ​​​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벚꽃 2 / 이효

벚꽃 2 / 이효 ​봄의 폭설을 보아라 아름답다는 말을 차마 뱉지 못하고 내 입술이 벌어져 꽃이 되었다 그냥 울어 버릴까하얗게 뿌려놓은 웃음인지 울음인지 꿈속을 거닐 듯 내 앞에 펼쳐진 그리움의 연서를소리 없이 읽는다 바람에 꽃잎 하나 날아와내 입술에 짧은 키스 남기고 떠나면시간은 영원한 봄날이 된다 ​​​​​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질투의 4월 / 이 효

그림 / 이보석질투의 4월 이 효 공원에 온갖 꽃들 피어나고살랑거리는 꽃잎의 욕망 봄비 내리면 날개 잠든다 슬퍼서 기쁜 꽃들이여질투의 눈을 뿌리에 내려놓자 잘난 생명 받쳐주는 들꽃의 미소 강을 따라 함께 5월로 흘러가자 한바탕 소나기 내리면 세상을 향한 온갖 욕심과 질투 흘러가리라, 렁출 렁출 작은 꽃들아, 세상을 들어 올려라태양이 등 뒤에서 침묵하는 오월을 민다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5.04.20

당신의 금은 괜찮은지요 / 이효

그림 / 이석보​​당신의 금은 괜찮은지요 / 이효​​초등학교 3학년 5반, 반이 바뀌고가슴이 콩닥거릴 시간도 없이 순간, 내 생애 최초로 받은 경계선  칼로 그은 직선 하나 앞에 무참하게 잘려나간 지우개 하나어른이 되어서도 가슴에 금이 남아있다 선배 주선으로 나간 미팅잘 생긴 청년이 신청한 애프터가슴이 콩닥거렸지만 선을 그었다  그놈이 바로 그 자리에 나왔다 저울로 달아 돌려보낸 거절의 선  그런 내게 어머니는 호미로 선을 그으며꽃씨를 뿌리고 물을 주셨다 사람들은 가슴속에 저마다 지워야 할 금이 있다​​​​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