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와 어머니 / 이효
당신과 함께 심었습니다
손가락만 한 감나무
돌짝밭 손끝이 닳도록 함께
땅을 파내려 갔습니다
바람은 햇살을 끌어다 주고
가족은 새벽을 밀었습니다
오늘, 그 감을 따야 하는데
당신은 가을과 함께 먼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식탁 위 접시에 올려진 감 하나
차마 입으로 깨물지 못합니다
한평생 자식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헌신을
온몸으로 땅에 쓰고 가르치신 어머니
그렁한 내 눈은 붉은 감빛이 되었습니다
이효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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