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장미는 고양이다 / 이효

푸른 언덕 2024. 10. 3. 07:23
 

장미는 고양이다 / 이효

 

 

그 사실을 장미는 알고 있을까

 

앙칼스러운 눈빛, 날 선 발톱, 애끓는 울음소리

고혹적으로 오월의 태양을 찢는다

 

지붕 위로 빠르게 올라가 꼬리를 세운 계절

고양이 모습은 장미가 벽을 타고 올라

왕관을 벗어 던진 고고함이다

 

때로는 영혼의 단추를 풀어도

찌를 듯한 발톱이 튀어나온다

 

왜 내게는 그런 날카로운 눈빛과 꼿꼿함이 없을까

 

내 심장은 언제나 멀건 물에 풀어놓은 듯

미각을 잃는 혓바닥 같다

 

고양이의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눈빛은

장미의 심장과 날카로운 가시의 고고함이다

 

고양이는 붉은 발톱으로 오월의 바람을

川 자로 할퀴고 간다

장미의 얼굴에는 오월의 핏빛이 칼날 위에 선다

 

나는 오월의 발톱을 기르고 있다

 

 

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

https://youtu.be/3OSjHElumRM?si=eYZTdDoR-_nijX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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