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용서 7

별들은 따뜻하다 / 정 호 승

그림 / 권신아 ​ ​ ​ 별들은 따뜻하다 / 정 호 승 ​ ​ ​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 ​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두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나간 새벽 거리를 걸으며 새벽이 지나지 않고 또 밤이 올 때 내 죽음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 ​ ​ ​ ​ ​ 시집 /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 ​ ​ ​

원룸 / 김 소 연

그림 / 임 노 식 ​ ​ ​ ​ 원룸 / 김 소 연 ​ ​ ​ 창문을 열어두면 앞집 가게 옥외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내 방까지 닿는다 ​ 주워 온 돌멩이에서 한 마을의 지도를 읽는다 밑줄 긋지 않고 한 권 책을 통과한다 ​ 너무 많은 생각에 가만히 골몰하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엿듣는 느낌이 온다 ​ 꿈이 끝나야 슬그머니 잠에서 빠져나오는 날들 꿈과 생의 틈새에 누워 미워하던 것들에게 미안해하고 있다 ​ 이야기는 그렇게 내 곁에 왔고 내 곁을 떠나간다 ​ 가만히 있기만 하여도 용서가 구름처럼 흘러간다 내일의 날씨가 되어간다 빈방에 옥수수처럼 누워서 ​ ​ ​ ​ ​ 김소연 시집 / 수학자의 아침 ​ ​ ​ ​

나이 / 김 재 진

그림 / 시 경 자 ​ ​ ​ 나이 / 김 재 진 ​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용서할 일보다 용서받을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보고 싶은 사람보다 볼 수 없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다리고 있는 슬픔을 순서대로 만나는 것이다 세월은 말을 타고 가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마침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게 되는 것이다 ​ ​ ​ ​ ​

그림 / 이 승 희

그림 / 이 승 희 ​ ​ 가증스러운 눈물 / 이 효 ​ 하나님 당신의 제단 앞에서 거짓의 눈물 흘린 것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 하나님! 별들도 숨을 죽이고 자는 이 밤에 당신의 목소리 듣고 싶어 엎드렸습니다 제가 아무리 거짓 눈물을 흘렸어도 미워하지 마시고 용서하소서 당신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 아담에게 생기를 불어 넣으신 당신입니다 물고기들을 바다에서 춤추게 한 당신입니다 꽃들을 벌판에서 날개 한 당신입니다 ​ 아! 당신은 나의 하나님이십니다 말씀으로 빛을 내신 분입니다 내 기도를 들어주소서 내 어미의 생명을 살려주소서 ​ 가증스런 눈물이라도 받아주소서 고마운 이웃님들^^ 푸른언덕 블로그를 잠시 쉽니다. ​

마음의 꽃병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마음의 꽃병 / 이 효 ​ 한 해가 다 저물기 전에 담밖에 서 있는 너에게 담안에 서 있는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 보인다 ​ 높은 담만큼이나 멀어졌던 친구여 가슴에 칼날 같은 말들이랑 바람처럼 날려버리자 ​ 나무 가지만큼이나 말라버린 가슴이여 서먹했던 마음일랑 눈송이처럼 녹여버리자 ​ 오늘 흰 눈이 내린다 하늘이 한 번 더 내게 기회를 준 것 같구나 하얀 눈 위에 글씨를 쓴다 ​ 내 마음의 꽃병이 되어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