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 정 수 <작품>
마음의 꽃병 / 이 효
한 해가 다 저물기 전에
담밖에 서 있는 너에게
담안에 서 있는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 보인다
높은 담만큼이나
멀어졌던 친구여
가슴에 칼날 같은 말들이랑
바람처럼 날려버리자
나무 가지만큼이나
말라버린 가슴이여
서먹했던 마음일랑
눈송이처럼 녹여버리자
오늘 흰 눈이 내린다
하늘이 한 번 더 내게
기회를 준 것 같구나
하얀 눈 위에 글씨를 쓴다
내 마음의 꽃병이 되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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