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마음의 꽃병 / 이 효

푸른 언덕 2020. 12. 24. 16:08

그림 : 김 정 수 <작품>

마음의 꽃병 / 이 효

한 해가 다 저물기 전에

담밖에 서 있는 너에게

담안에 서 있는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 보인다

높은 담만큼이나

멀어졌던 친구여

가슴에 칼날 같은 말들이랑

바람처럼 날려버리자

나무 가지만큼이나

말라버린 가슴이여

서먹했던 마음일랑

눈송이처럼 녹여버리자

오늘 흰 눈이 내린다

하늘이 한 번 더 내게

기회를 준 것 같구나

하얀 눈 위에 글씨를 쓴다

내 마음의 꽃병이 되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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