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구부러진 골목길 / 이 효

푸른 언덕 2020. 12. 23. 18:07

 

구부러진 골목길 / 이 효

허름한 대문 앞

붉은 화분을 보면

꽃 속에서 주인의 얼굴이 보인다

지붕 위로 엉켜진 전깃줄을 보면

어머니의 구수한 잔소리가 들린다

골목길 자전거 바퀴를 보면

동네 아낙네들 굴러가는

수다 소리가 들린다

배가 불뚝한 붉은 항아리를 보면

할아버지 큰 바가지로 막걸리 잡수시던

술배가 생각난다

구부러진 골목 안에는

이름만 부르면 뛰어나올 것 같은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보이는 고층 아파트가 군화를 신고 달려온다.

새들이 날아가 버린 나무에 붉은 감이 울고 있다.

'문학이야기 > 자작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박에 관하여 / 이 효  (0) 2020.12.29
마음의 꽃병 / 이 효  (0) 2020.12.24
살라할까 죽으라 할까 / 이 효  (0) 2020.12.23
돌담에 햇살처럼 / 이 효  (0) 2020.12.19
사과이고 싶습니다 / 이 효  (0) 2020.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