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정수
사과이고 싶습니다 / 이 효
12월이 되면 몸은
새 문턱 앞에서 서성이는데
마음은 시퍼런 이끼로 가득합니다
그동안 미안하다고
건네지 못한 인사 때문입니다
그동안 감사하다고
전하지 못한 인사 때문입니다
그동안 사랑한다고
전하지 못한 인사 때문입니다
사과나무는 과실을 떨쳐 버렸는데
내 마음은 누런 잎들만 가득합니다
12월이 되면 사르륵 녹아내리는
한 입의 사과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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