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어여 내려가거라 (자작 시)

푸른 언덕 2020. 12. 15. 12:42

그림 : 김 정 수

 

어여 내려가거라 / 이 효

흰 눈이 쌓인 산골짝
한 사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하늘을 향해 달리던
푸른 나뭇잎들
떨어지기는 한순간

이유도 모른 채 해고된 직장
포장마차 앞에서
토해낸 설음이
저 계곡물만 하랴
이 물을 모두 마시면
서러움이 씻겨나가려나

어린 자식들 앞
차마 얼굴을 보일 수 없어
올라온 겨울 산
하얀 눈발에 내려갈 길이
아득히 멀다

계곡 같은 어머니
늘어진 젖가슴으로 
아들을 안아주신다
어여 내려가거라
따뜻한 어머니 맨손
하얀 눈 위에 손자국 내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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