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사과이고 싶습니다 / 이 효

푸른 언덕 2020. 12. 18. 10:35

그림 : 김정수

 

사과이고 싶습니다 / 이 효

12월이 되면 몸은
새 문턱 앞에서 서성이는데
마음은 시퍼런 이끼로 가득합니다

그동안 미안하다고
건네지 못한 인사 때문입니다

그동안 감사하다고
전하지 못한 인사 때문입니다

그동안 사랑한다고
전하지 못한 인사 때문입니다

사과나무는 과실을 떨쳐 버렸는데
내 마음은 누런 잎들만 가득합니다

12월이 되면 사르륵 녹아내리는
한 입의 사과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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