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원룸 / 김 소 연

푸른 언덕 2021. 12. 25. 18:51

그림 / 임 노 식

 

원룸 / 김 소 연

 

창문을 열어두면

앞집 가게 옥외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내 방까지 닿는다

주워 온 돌멩이에서 한 마을의 지도를 읽는다

밑줄 긋지 않고 한 권 책을 통과한다

너무 많은 생각에 가만히 골몰하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엿듣는 느낌이 온다

꿈이 끝나야 슬그머니 잠에서 빠져나오는 날들

꿈과 생의 틈새에 누워 미워하던 것들에게 미안해하고 있다

이야기는 그렇게 내 곁에 왔고 내 곁을 떠나간다

가만히 있기만 하여도 용서가 구름처럼 흘러간다

내일의 날씨가 되어간다

빈방에 옥수수처럼 누워서

김소연 시집 / 수학자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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