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 / 홍해리 그림 / 최 종 태 집사람 / 홍해리 집은 그런 것이었다 아픔이라고 또는 슬픔이라고 무슨 말을 할까 속으로나 삭이고 삭이면서 겉으로 슬쩍 금이나 하나 그었을 것이다 곡절이란 말이 다 품고 있겠는가 즐겁고 기쁘다고 춤을 추었겠는가 슬프고 외로웠던 마음이 창문을 흐리고 허허롭던 바깥마음은 또 한 번 벽으로 굳었을 것이다 아내는 한 채의 집이었다 한평생 나를 품어준 집이었다 홍해리 시선집 / 마음이 지워지다 문학이야기/명시 2021.08.25
꽃 / 홍 해 리 그림 : 강 레 아 꽃 / 홍 해 리 좋아한다 눈짓 한번 준 적 없는데 나 혼자 반해서 난리를 치다니 사랑한다 한마디 말도 없는데 나 혼자만 미쳐서 안달하다니 가까이서 보라고? 멀리서 바라보라고? 적당한 거리를 두라고? 한겨울 밤이 깊어 막막해지면 이제 별꽃이나 따자, 이별꽃 마음 없는 말이라도 한마디 할까, 아니네! 문학이야기/명시 2021.04.24
봄의 시인 / 이 어 령 그림 : 영 희 봄의 시인 / 이 어 령 꽃은 평화가 아니다. 저항이다. 빛깔을 갖는다는 것, 눈 덮인 땅에서 빛깔을 갖는다는 것 그건 평회가 아니라 투쟁이다. 검은 연기 속에서도 향기를 내뿜는 것은 생명의 시위. 부지런한 뿌리의 노동 속에서 쟁취한 땀의 보수. 벌과 나비를 위해서가 아니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가 아니다. 꽃은 오직 자신을 확인하기 위해서 색채와 향기를 준비한다. 오직 그럴 때만 정말 꽃은 꽃답게 핀다. 꽃은 열매처럼 먹거나 결코 씨앗처럼 뿌려 수확을 얻지는 못한다. 다만 바라보기 위해서 냄새를 맡기 위해서 우리 앞에 존재한다. 그래서 봄이 아니라도 마음이나 머리의 빈자리 위에 문득 꽃은 핀다. 시인의 은유로 존재하는 꽂은 미소하고 있는 게 아니다 가끔 분노.. 문학이야기/명시 2021.03.09
보라빛 엽서 / 김 연 일 <작사> 그림 : 김 정 수 보라빛 엽서 / 김 연 일 보라빛 엽서에 실려온 향기는 당신의 눈물인가 이별의 마음인가 한숨 속에 묻힌 사연 지워 보려 해도 떠나버린 당신 마음 붙잡을 수 없네 오늘도 가버린 당신의 생각엔 눈물로 써 내려간 얼룩진 일기장엔 다시 못 올 그대 모습 기다리는 사연 오늘도 가버린 당신의 생각에 눈물로 써 내려간 얼룩진 일기장엔 다시 못 올 그대 모습 기다리는 사연 오늘도 가버린 당신의 생각에 눈물로 써 내려간 얼룩진 일기장엔 다시 못 올 그대 모습 기다리는 사연 다시 못 올 그대 모습 기다리는 사연 * 보라빛 엽서 탄생 배경 23년 전 이웃사촌처럼 지내던 병원 의사가 가사를 써서 설운도에게 주었다고 한다. 애절한 가사에 매료된 설운도는 밤을 새워 곡을 완성 했지만 당시는 신나.. 문학이야기/명시 2021.01.24
첫사랑 / 이 효 김 정 수 첫사랑 / 이 효 첫사랑은 노란 국화꽃이 흑백으로 피어오르는 것 백만 번의 봄이 지나가도 그 봄, 그 노란 국화꽃이 흑백으로 마음에 남는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2021.01.12
마음의 꽃병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마음의 꽃병 / 이 효 한 해가 다 저물기 전에 담밖에 서 있는 너에게 담안에 서 있는 내가 먼저 마음을 열어 보인다 높은 담만큼이나 멀어졌던 친구여 가슴에 칼날 같은 말들이랑 바람처럼 날려버리자 나무 가지만큼이나 말라버린 가슴이여 서먹했던 마음일랑 눈송이처럼 녹여버리자 오늘 흰 눈이 내린다 하늘이 한 번 더 내게 기회를 준 것 같구나 하얀 눈 위에 글씨를 쓴다 내 마음의 꽃병이 되어다오. 문학이야기/자작시 2020.12.24
마음 / 김영재 이재효 작품 마음 / 김영재 연필을 날카롭게 깎지는 않아야겠다 끝이 너무 뾰쭉해서 글씨가 섬뜩하다 뭉툭한 연필심으로 마음이라 써본다 쓰면 쓸수록 연필심이 둥글어지고 마음도 밖으로 나와 백지 위를 구른다 아이들 신나게 차는 공처럼 대굴거린다 시집: 시가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 이재효 작품 문학이야기/명시 2020.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