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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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레이션 / 이 효

그림 / 유진 ​ ​ ​ ​ 내레이션 / 이 효 ​ 천년을 앞산과 눈 맞춤하더니 여자는 꽃으로 타들어 간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일까 누군가 일 년도 기다리지 못한 사랑 수없이 벙긋거린 입들 밤마다 별을 보고 달을 보았을 가슴속에 꾹꾹 누른 천년 붉게 달덩이 피어오른 불암산 서로의 가시를 눈 안에 앉히는 가시가 녹아 꽃봉오리 펼치는 서로의 강에 비춰보는 온몸으로 전하는 4월의 환희 이효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 ​ ​ ​

사월의 비가(悲歌) / 이 효 ​

그림 / 김정수 ​ ​ ​ 사월의 비가(悲歌) / 이 효 ​ ​ ​ 자색 빛 목련 따라 아침마다 발걸음 꽃그늘 아래 멈춘다​ 오월이 오는 소리에 ​ 목련 꽃잎 떨어질 때면 내 심장도 검게 탄다 ​ 이른 아침 떠나는 너​ 향기라도 남겨두고 떠나라 아파트 경비 아저씨​ 하늘로 곧게 세운 빗자루 모질게 누런 꽃잎 턴다 ​ 하루만 더 기다려주지 할머니가 털 난 짐승 모질다 했다​ 오늘 보았다 모진 짐승 나랑 똑같이 닮은 ​ 꽃무덤이 된 사월의 편지들 ​ ​ ​​ ​ ​

바람이 그리움을 안다면 / 강원석

그림 / 민정수 ​ ​ ​ ​ 바람이 그리움을 안다면 / 강원석 ​ ​ ​ 바람이 그리움을 안다면 쓸쓸한 나의 옷깃을 이처럼 흔들지는 않을 텐데 ​ 바람이 그리움을 몰라 옷깃에 묻은 슬픔까지 무심히 날려 버리네 ​ 바람이 그리움을 안다면 이 마음 꽃잎 위에 실어 그녀에게 데려갈 텐데 ​ 바람이 그리움을 몰라 웃고 있는 꽃잎만 이유 없이 떨구더라 ​ ​ ​ 강원석 시선집 / 너에게 꽃이다 ​ ​ ​ ​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그림 / 최금란 ​ ​ ​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 ​ ​ ​ 시집 / 세계의 명시 ​ ​ ​ ​ ​

블루 / 나호열

그림 / 신종섭 ​ ​ ​ 블루 / 나호열 ​ ​ 투명한데 속이 보이지 않는 풍덩 빠지면 쪽물 들 것 같은데 물들지 않는, ​ 가슴이 넓은 너에게로 가면 나는 새가 되고 유유히 헤엄치는 인어가 되지 푸를 것 같은데 푸르지 않은 눈물처럼 너는 나의 하늘 너는 나의 바다 ​ 그저 푸름이지 푸름이지 되뇌면 푸릉푸릉 싹이 돋을 것 같은 ​ ​ ​ 나호열 시집 /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 ​ ​ ​ ​ ​ ​

공부 / 김사인

그림 / 신일호 ​ ​​ ​ 공부 / 김사인 ​ ​ ​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면 나는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고 앉은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착하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 하겠지요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인적 드문 소로길 스적스적 걸어 날이 저무는 일 비 오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으로 골똘히 서 있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 ​ ​ 김사인 시집 / 어린 당나귀 곁에서 ​ ​ ​ * 195..

답장 / 조광자

그림 / 박정실 ​ ​ ​ ​ 답장 / 조광자​ ​ ​ ​ 내 곁에 머무는 난(蘭)의 가슴에 사랑의 연서를 보냈는데 ​ 추운 겨울에 가느다란 대궁을 밀어 올리더니 하얀 별꽃을 매달아 놓았다 ​ 사랑이 별을 달고 왔다 지상으로 내려온 별들이 어두운 방 안을 환하게 피웠다 ​ 추신으로, 향기까지 덧붙였다 ​ ​ ​ ​ 조광자 시집 / 닿을 수 없는 슬픔에게 ​ ​ ​ ​​

섬진강 2 / 김용택

그림/ 김미자 섬진강 2 / 김용택 저렇게도 불빛이 살아나는구나. 생솔 연기 눈물 글썽이며 검은 치마폭 같은 산자락에 몇 가옥 집들은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불빛은 살아나며 산은 눈뜨는구나. 어둘수록 눈 비벼 부릅뜬 눈빛만 남아 섬진강물 위에 불송이로 뜨는구나. 밤마다 산은 어둠을 베어내리고 누이는 매운 눈 비벼 불빛 살려내며 치마폭에 쌓이는 눈물은 강물에 가져다 버린다. 누이야 시린 물소리는 더욱 시리게 아침이 올 때까지 너의 허리에 두껍게 감기는구나. 이른 아침 어느새 너는 물동이로 얼음을 깨고 물을 퍼 오는구나. 아무도 모르게 하나 남은 불송이를 물동이에 띄우고 하얀 서릿발을 밟으며 너는 강물을 길어오는구나. 참으로 그날이 와 우리 다 모여 굴뚝마다 연기나고 첫날밤 불을 끌 때까지는, 스스로 허리띠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