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권순창 녹슨 도끼의 시 / 손택수 예전의 독기가 없어 편해 보인다고들 하지만 날카로운 턱선이 목살에 묻혀버린 이 흐리멍덩이 어쩐지 쓸쓸하다 가만히 정지해 있다 단숨에 급소를 낚아채는 매부리처럼 불타는 쇠번개 소리 짝, 허공을 두쪽으로 가르면 갓 뜬 회처럼 파들파들 긴장하던 공기들, 저미는 날에 묻어나던 생기들 애인이었던 여자를 아내로 삼고부터 아무래도 내 생은 좀 심심해진 것 같다 꿈을 업으로 삼게 된 자의 비애란 자신을 여행할 수 없다는 것, 닦아도 닦아도 녹이 슨다는 것 녹을 품고 어떻게 녹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녹스는 순간들을 도끼눈을 뜬 채 바라볼 수 있을까 혼자 있을 때면 이얍, 어깨 위로 그 옛날 천둥 기합소리가 저절로 터져나오기도 하는 것인데, 피시식 알아서 눈치껏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