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이경주 봄의 서곡 / 정해란 동토 딛고 선 인고의 시간이 끝날 무렵 식물들은 저마다 뭉친 수다를 풀어내려 곳곳이 가렵다 한파 속에서도 여전히 형형한 눈빛의 햇살에 두근거리는 생명들 이곳저곳 꼼지락거리며 뒤척이나 보다 잔설로 언 땅이 스멀스멀 다시 일어서고 수면이 두껍게 멈춘 물의 노래가 다시 흐르고 있다 갇혀있던 색들이 고개 들고 묶여있던 향기가 풀려나는 봄 기다리던 마음들도 징검다리 건너 자박자박 방향 찾아 마음속 꽃까지 환하게 피워냈으면 봄의 시작 모든 무게 벗은 가벼운 음표가 햇살의 첫 발자국처럼 경쾌하다 정해란 시집 / 시간을 여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