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봄의 서곡 / 정해란

푸른 언덕 2023. 3. 4. 18:46

그림 / 이경주

봄의 서곡 / 정해란

 

동토 딛고 선

인고의 시간이 끝날 무렵

식물들은 저마다

뭉친 수다를 풀어내려 곳곳이 가렵다

한파 속에서도

여전히 형형한 눈빛의 햇살에

두근거리는 생명들

이곳저곳 꼼지락거리며 뒤척이나 보다

잔설로 언 땅이

스멀스멀 다시 일어서고

수면이 두껍게 멈춘

물의 노래가 다시 흐르고 있다

갇혀있던 색들이 고개 들고

묶여있던 향기가 풀려나는 봄

기다리던 마음들도 징검다리 건너

자박자박 방향 찾아

마음속 꽃까지 환하게 피워냈으면

봄의 시작

모든 무게 벗은 가벼운 음표가

햇살의 첫 발자국처럼 경쾌하다

정해란 시집 / 시간을 여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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