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후후
팝니다, 연락주세요 / 최금진
화장실 변기통에 앉아서
콩팥을 팝니다 전화주세요,를 보다가
나는 내 장기를 팔아 노후를 준비하듯
우리나라를 조금씩 떼어서 해외로 수출한다면
사람들은 모두 부자가 될 것이다
당겨쓴 카드빚과 텅 빈 통장을 생각하면
개인이 겪는 슬픔 따윈 아무것도 아닌
다수의 다수를 위한 두루마리화장지처럼
계속 풀려나오는
누구가의 슬픈 낙서 앞에서
나라가 있어야 개인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지 말자
누군가 나를 좀 팔아다오
나도 그에게 가서
기꺼이 삼사만원의 현찰이 되어줄 테니
의지할 곳 하나도 없이 늙어가는 건달들아
제 손금을 들여다 보지 마라
거기엔,
낳으시고 기르신 부모님 은혜가 없다
그 손으로 태극기 앞에서 맹세할 의무가 없다
변기통의 물을 내리고
씩씩하게 지퍼를 올리고 아무리 다짐을 해도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으로 뭔가를 증명해야 한다면
화장실 벽에
이렇게 쓸 수밖에 없다
제일 싼 血 팝니다,
자본주의 만세!
최금진 시짐 : 새들의 역사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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