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신범승 산낙지를 위하여 / 정호승 신촌 뒷골목에서 술을 먹더라도 이제는 참기름에 무친 산낙지를 먹지 말자 낡은 프라스틱 접시 위에서 산낙지의 잘려진 발들이 꿈틀대는 동안 바다는 얼마나 서러웠겠니 우리가 산낙지의 다리 하나를 입에 넣어 우물우물거리며 씹는 동안 바다는 또 얼마나 많은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겠니 산낙지의 죽음에도 품위가 필요하다 산낙지는 죽어가면서도 바다를 그리워한다 온몸이 토막난 채로 산낙지가 있는 힘을 다해 꿈틀대는 것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바다의 어머니를 보려는 것이다 정호승 시선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