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숲, 나무에서 배우다 / 김 석 흥

푸른 언덕 2021. 5. 24. 18:50

그림 : 신 은 봉

숲, 나무에서 배우다 / 김 석 흥

숲에 사는 나무는 박애주의자다

생김새가 다르다고 다투기는 하나 미워하지 않는다

키가 좀 작다고 허리가 굽었다고 업신여기지 않는다

언제나 주어진 자리에 서 있을 뿐

결코 남의 자리를 욕심내지 않는다

숲에 들어서면 가슴이 환해지는 이유이다

숲을 지키는 나무들은 거룩한 성자다

산새들이 몸통 구석구석을 쪼아 대고 도려내도

아픈 기색 보이지 않는다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잠을 설쳐도

끝내 쓴소리 한 번 내지 않고

폭설에 여린 팔 하나쯤 부러져도

오르지 끝 끝모르는 사랑으로 품어 안는다

숲에 들어서면 영혼이 맑아지는 이유다

시집 / 천지연 폭포 (김석흥 시인)

 

 

그림 : 김 연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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