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신 은 봉
숲, 나무에서 배우다 / 김 석 흥
숲에 사는 나무는 박애주의자다
생김새가 다르다고 다투기는 하나 미워하지 않는다
키가 좀 작다고 허리가 굽었다고 업신여기지 않는다
언제나 주어진 자리에 서 있을 뿐
결코 남의 자리를 욕심내지 않는다
숲에 들어서면 가슴이 환해지는 이유이다
숲을 지키는 나무들은 거룩한 성자다
산새들이 몸통 구석구석을 쪼아 대고 도려내도
아픈 기색 보이지 않는다
짐승들이 울부짖는 소리에 잠을 설쳐도
끝내 쓴소리 한 번 내지 않고
폭설에 여린 팔 하나쯤 부러져도
오르지 끝 끝모르는 사랑으로 품어 안는다
숲에 들어서면 영혼이 맑아지는 이유다
시집 / 천지연 폭포 (김석흥 시인)
그림 : 김 연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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