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염천교 다리 아래 비는 내리고 / 정 호 승

푸른 언덕 2021. 5. 22. 19:45

그림 : 정 낙 희

 

염천교 다리 아래 비는 내리고 / 정 호 승

 

염천교 다리 아래 비는 내리고

내 힘으로 배우고 성공하자는

구인광고 벽보판에 겨울비는 내리고

서울역을 서성대던 소년 하나

빗속을 뚫고 홀로 어디로 간다

서울역에 서서히 어둠은 내리는데

서울역전 우체국 앞에도 비는 내리는데

아저씨, 어디로 가시는지

신문 한 장 사보세요, 네?

신문팔이 소녀의 목소리는 겨울비에 젖는다

서울역 시계탑 아래서 만나던 순아

돌아갈 곳 없이 깊어가는 서울밤

사람들의 가슴마다 불이 켜지고

무작정 상경한 소녀는 비에 젖어

어느 남자 손에 이끌려 소리없이 사라지는데

염천교 다리 아래 비는 내리고

염천교 다리 아래 빈 기차는 지나가고

흔들리는 빈 기차의 흐린 불빛 하나

젖은 내 가슴을 흔들고 지나간다

여관방의 불빛도 비에 젖는데

 

정호승 시선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림 / 김 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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