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 인 미 애
아름다움이 힘이니라 / 이어령
30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무덤이 발굴되던 날
사람들은 놀랐다.
거기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살았었구나.
어느 짐승 어느 원숭이가
눈물방울 같은 꽃송이를 뿌리며
무덤을 만드는 것을 본 적 있는가.
오직 인간만이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는
꽃을 꺾어서 죽은자의 제단을 만든다.
벌과 나비는 꿀을 따기 위해 꽃을 찾지만
사람은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꽃밭으로 간다.
사람을 만든 한 송이의 꽃
영혼을 만든 한 송이의 향기
짐승의 이빨이나 발톱보다도 강한
한 송이의 꽃잎
수원 화성을 지을 때 신하들이 상소하기를
"무릇 성곽이란 예부터 적을 막기 위한 것.
튼튼하고 강하면 그만인 것을
어찌하여 아름답게 꾸미시려다
성심마저 상하시려 하오십니까."
조선의 왕 정조께서 이르시기를
아니다, 이 몽매한 자들아
아름다운 성이 적을 막는다.
아름다움이 곧 강한 힘이로다.
30만 년 전 네안데르탈 꽃 무덤이
성이 되었네
한국의 강한 성 아름다운 성
화성이 되었네.
이어령 시집 :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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