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박 항 률
둥지새 / 정 끝 별
발 없는 새를 본 적 있니?
날아다니다 지치면 바람에 쉰다지
낳자마자 날아서 딱 한번 떨어지는데
바로 죽을 때라지
먹이를 찾아 뻘밭을 쑤셔대본 적 없는
주둥이 없는 새도 있다더군
죽기 직전 배고픔을 보았다지
하지만 몰라, 그게 아니었을지도
길을 잃을까 두려워 날기만 했을지도
뻘밭을 헤치기 너무 힘들어 굶기만 했을지도
낳자마자 뻘밭을 쑤셔대는 둥지새
날개가 있다는 걸 죽을 때야 안다지
세상의, 발과 주둥이만 있는 새들
날개 썩는 곳이 아마 多情의 둥지일지도
못 본 것 많은데 나, 죽기 전 뭐가 보일까
정끝별 시인 약력
*1964년 전남 나주 출생
*1988년 <문학사상> 신인상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서늘한 패러디스트의 절망과 모색> 당선
*시집<자작나무 내 인생><흰책><삼천갑자복사빛>
<와락>등.
*평론집<천 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
<오룩의 노래><패러디 시학>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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