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둥지새 / 정 끝 별

푸른 언덕 2021. 5. 27. 18:58

그림 : 박 항 률

 

 

둥지새 / 정 끝 별

 

 

발 없는 새를 본 적 있니?

날아다니다 지치면 바람에 쉰다지

낳자마자 날아서 딱 한번 떨어지는데

바로 죽을 때라지

먹이를 찾아 뻘밭을 쑤셔대본 적 없는

주둥이 없는 새도 있다더군

죽기 직전 배고픔을 보았다지

하지만 몰라, 그게 아니었을지도

길을 잃을까 두려워 날기만 했을지도

뻘밭을 헤치기 너무 힘들어 굶기만 했을지도

낳자마자 뻘밭을 쑤셔대는 둥지새

날개가 있다는 걸 죽을 때야 안다지

세상의, 발과 주둥이만 있는 새들

날개 썩는 곳이 아마 多情의 둥지일지도

못 본 것 많은데 나, 죽기 전 뭐가 보일까

 

 

정끝별 시인 약력

 

*1964년 전남 나주 출생

*1988년 <문학사상> 신인상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서늘한 패러디스트의 절망과 모색> 당선

*시집<자작나무 내 인생><흰책><삼천갑자복사빛>

<와락>등.

*평론집<천 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

<오룩의 노래><패러디 시학>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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