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가죽 그릇을 닦으며 / 공 광 규

푸른 언덕 2021. 6. 1. 08:35

 

 

그림 / 권 옥 연

가죽 그릇을 닦으며 / 공 광 규

여행준비 없이 바닷가 민박에 들러

하룻밤 자고 난 아침

비누와 수건을 찾다가 없어서

퐁퐁으로 샤워하고 행주로 물기를 닦았다

몸에 행주질을 하면서

내 몸이 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뼈와 피로 꽉 차 있는 가죽 그릇

수십 년 가계에 양식을 퍼 나르던 그릇

한때는 사람 하나를 오랫동안 담아두었던

1960년산 중고품 가죽 그릇이다

흉터 많은 가죽에 묻은 손때와

쭈글쭈글한 주름을 구석구석 잘 닦아

아름다운 사람 하나를

오래오래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문예감성 / 2021 봄 , 24호

 

그림 / 박 삼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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