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권 옥 연
가죽 그릇을 닦으며 / 공 광 규
여행준비 없이 바닷가 민박에 들러
하룻밤 자고 난 아침
비누와 수건을 찾다가 없어서
퐁퐁으로 샤워하고 행주로 물기를 닦았다
몸에 행주질을 하면서
내 몸이 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뼈와 피로 꽉 차 있는 가죽 그릇
수십 년 가계에 양식을 퍼 나르던 그릇
한때는 사람 하나를 오랫동안 담아두었던
1960년산 중고품 가죽 그릇이다
흉터 많은 가죽에 묻은 손때와
쭈글쭈글한 주름을 구석구석 잘 닦아
아름다운 사람 하나를
오래오래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문예감성 / 2021 봄 , 24호
그림 / 박 삼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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