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조 태 영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 천 양 희
남편이 실직으로 고개를 숙인 그녀에게
엄마, 고뇌하는 거야?
다섯 살짜리 딸 아이가 느닷없이 묻는다
고뇌라는 말에 놀란 그녀가
고뇌가 뭔데? 되물었더니
마음이 깨지는 거야, 한다
꽃잎 같은 아이의 입술 끝에서
재앙 같은 말이 나온 이 세상을
그녀는 믿을 수가 없다
책장을 넘기듯 시간을 넘기고 생각한다
깨어진 마음을 들고 어디로 가나
고뇌하는 그녀에게
아무도 아무 말 해주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길모퉁이에 앉아 삶을 꿈꾸었다
시집 : 새벽에 생각하다
<천양희 시집>
그림 : 권 영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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