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 천 양 희

푸른 언덕 2021. 4. 15. 20:12

그림 : 조 태 영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 천 양 희

남편이 실직으로 고개를 숙인 그녀에게

엄마, 고뇌하는 거야?

다섯 살짜리 딸 아이가 느닷없이 묻는다

고뇌라는 말에 놀란 그녀가

고뇌가 뭔데? 되물었더니

마음이 깨지는 거야, 한다

꽃잎 같은 아이의 입술 끝에서

재앙 같은 말이 나온 이 세상을

그녀는 믿을 수가 없다

책장을 넘기듯 시간을 넘기고 생각한다

깨어진 마음을 들고 어디로 가나

고뇌하는 그녀에게

아무도 아무 말 해주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길모퉁이에 앉아 삶을 꿈꾸었다

 

시집 : 새벽에 생각하다

<천양희 시집>

 

그림 : 권 영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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