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반생 半生 / 나 호 열

푸른 언덕 2020. 12. 25. 18:16

반생 半生 / 나 호 열

유채꽃밭에 서면 유채꽃이 되고
높은 산 고고한 눈을 보면 눈이 되고
불타오르는 노을을 보면 나도 노을이 되고
겨울하늘 나르는 기러기 보면
그 울음이 되고 싶은 사람아

어디서나 멀리 보이고
한시도 눈 돌리지 못하게 서 있어
눈물로 씻어내는 청청한 바람이려니
지나가는 구름이면 나는 비가 되고
나무를 보면 떨어지는 나뭇잎 되고
시냇물을 보면 맑은 물소리가 되는 사람아

하루 하루를 거슬러 올라와
깨끗한 피돌기로 내 영혼에 은어떼가 되리니
나는 깊어져 가고
너는 넓어져 가고
그렇게 내밀한 바다를 만들어가는
어디에 우리의 수평선을 걸어놓겠느냐
목숨아,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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