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죄와 벌 / 김 수 영

푸른 언덕 2020. 12. 22. 09:48

죄와 벌 / 김 수 영

남에게 희생을 당할 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놈이 울었고

비오는 거리에는

사십 명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현장에 버리고 온 일이었다.

*죽을 만큼 사랑한다는 것과 죽일 만큼 미워하는 마음이

함께 공존한 시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돌아온 김수영, 아내는 이종구

(선린상고 선배)랑 살림을 차렸다.

이종구가 죽자 김수영 곁으로 돌아왔다.

그후부터 아내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이 시를 쓰고난 후에 학대가 끝났다.

폭력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더 이상 사랑이란 감정도

미움이란 감정도 남아있지 않게 된 것이다.

사랑이 미움으로 바뀌더니, 이제 미움마저 끝났다.

진짜 미워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희생을 희생해야한다.

미움마저 끝나버리더니 아내보다 다른 것이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연에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현장에 버리고온

일이다"라고 표현했다.

김수영 시인 약력

1921년 서울 출생

연희전문학교 중퇴

1945년 시 "묘정의 노래" 등단

평화신문사 문화부 차장

2001 금관문화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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