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유리창을 닦으며

푸른 언덕 2020. 2. 10. 23:53

유리창을 닦으며

 

                                   문정희


누군가가 그리운 날은
창을 닦는다
창에는 하늘 아래
가장 눈부신 유리가 끼워 있어
천 도의 불로 꿈을 태우고
만 도의 뜨거움으로 영혼을 살라 만든
유리가 끼워 있어
솔바람보다도 창창하고
종소리보다도 은은한
노래가 떠오른다
온몸으로 받아들이되
자신은 그림자조차 드러내지 않는
오래도록 못 잊을 사랑 하나 살고 있다
누군가 그리운 날은
창을 닦아서
맑고 투명한 햇살에
그리움을 말린다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날  (0) 2020.02.12
  (0) 2020.02.11
중심의 괴로움  (0) 2020.02.10
안개꽃  (0) 2020.02.09
2월  (0) 202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