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당신의 금은 괜찮은지요 / 이효

푸른 언덕 2025. 2. 14. 10:27

그림 / 이석보

당신의 금은 괜찮은지요 / 이효

초등학교 3학년 5반, 반이 바뀌고

가슴이 콩닥거릴 시간도 없이

순간, 내 생애 최초로 받은 경계선

 

칼로 그은 직선 하나 앞에

무참하게 잘려나간 지우개 하나

어른이 되어서도 가슴에 금이 남아있다

 

선배 주선으로 나간 미팅

잘 생긴 청년이 신청한 애프터

가슴이 콩닥거렸지만 선을 그었다

 

그놈이 바로 그 자리에 나왔다

저울로 달아 돌려보낸 거절의 선

 

그런 내게 어머니는 호미로 선을 그으며

꽃씨를 뿌리고 물을 주셨다

 

사람들은 가슴속에 저마다 지워야 할 금이 있다

이효 시집 / 장미는 고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