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 문태준
허름한 식당에서 국밥을 한술 막 뜨고 있을 때 그이가 들어섰다
나는 그이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수레에 빈 병과 폐지 등속을 싣고 절룩거리며 오는 그이를 늦은 밤 좁은 골목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이는 식당 한편 벽에 걸린 달력의 28일을 오른손으로 연거푸 짚어 보였다
무슨 말인가를 크게 했으나 나는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식당의 여주인은 조금도 언짢아하는 기색이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짧은 시간 후의 그이의 앞에 따뜻한 밥상이 왔다
문태준 시집 <아침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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