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숟가락을 놓다 / 이 효

푸른 언덕 2022. 12. 24. 19:15

 

그림 / 후후

 

 

 

 

 

숟가락을 놓다 / 이 효

 

 

​낡은 부엌문 바람이 두들기는데

빈 그릇에 바람 소리 말을 더듬고

장작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둥근 밥상에 수저 두 개 올려놓고

비린내 나는 생선을 굽는다

할머니 나물 팔던 손으로

부엌문 활짝 열어 놓았다

바람은 잠시 단추를 채우고 나간다

그림자 된 춥고 외로운 사람들

쓰러진 술병처럼 몸이 얼었다 녹는다

산산이 발려진 생선 가시의 잔해들

 

​무표정한 가시를 모아 땅에 묻는다

상처 난 것들 위로 첫눈이 내린다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

부엌에 온기를 넣는 것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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