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남궁원
지로용지 커피에 빠진 날 / 이 효
할머니가 내민 지로용지
사기꾼에게
약 같지 않은 약
몇 배나 비싸게 샀다고
목청을 높이는 아버지
이 정도 약도 못 먹을 팔자냐
니그들이 애미 힘든 거 알아주냐
배꼽 잡게 웃겨주냐
사근사근 총각들이 효자지
종일 어깨 주물러주지
온갖 재롱 다 떨어주지
찌글퉁 얼굴 주름 다 펴주지
내 자슥들보다 낫다
뭐든 팔아 주는 게 도리여
할머니 목청 문지방에 걸리고
커피 맹키로 어두워진 얼굴
지로용지가 커피에 빠진다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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