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달팽이관 속의 두 번째 입맞춤

푸른 언덕 2022. 12. 27. 17:05

 


그림 / 박명애

 

 

 

 

달팽이관 속의 두 번째 입맞춤

 

 

입맞춤을 연습해 본 적이 없어

광신도가 춤을 추던 그날 밤

생명이 자궁에 바늘처럼 꽂혔지

 

아빠라는 단어를 사막에 버린 남자

무표정한 가을이 오고, 혈액형을 쪼아대는 새들

 

끊어진 전선으로 반복된 하루

딱 한 번의 입맞춤

눈빛이 큰 불을 지핀 거야

 

모든 삶의 경계를 허물고 싶어

매일 밤, 암막 커튼을 치고 바다로 가는 꿈을 꿔

나쁜 생각들이 골수를 빼먹어

 

아비도 없는 애를 왜 낳으려고 하니?

 

이름도 모르는 신에게

아가 울음을 택배로 보낼 수 없잖아

 

나는 썩지 않는 그림자니까

 

어느 날, 종소리가 달팽이관을 뚫고

아기 숨소리 깃털이 된다

생명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거래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

세상에 두 번째 입맞춤을 알릴 거야

 

그건 슬픔이 아닌, 정오의 입맞춤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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