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박명애
달팽이관 속의 두 번째 입맞춤
입맞춤을 연습해 본 적이 없어
광신도가 춤을 추던 그날 밤
생명이 자궁에 바늘처럼 꽂혔지
아빠라는 단어를 사막에 버린 남자
무표정한 가을이 오고, 혈액형을 쪼아대는 새들
끊어진 전선으로 반복된 하루
딱 한 번의 입맞춤
눈빛이 큰 불을 지핀 거야
모든 삶의 경계를 허물고 싶어
매일 밤, 암막 커튼을 치고 바다로 가는 꿈을 꿔
나쁜 생각들이 골수를 빼먹어
아비도 없는 애를 왜 낳으려고 하니?
이름도 모르는 신에게
아가 울음을 택배로 보낼 수 없잖아
나는 썩지 않는 그림자니까
어느 날, 종소리가 달팽이관을 뚫고
아기 숨소리 깃털이 된다
생명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거래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
세상에 두 번째 입맞춤을 알릴 거야
그건 슬픔이 아닌, 정오의 입맞춤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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