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지로용지 커피에 빠진 날 / 이 효

푸른 언덕 2022. 12. 25. 18:55

 

그림 / 남궁원

 

 

 

지로용지 커피에 빠진 날 / 이 효

 

 

할머니가 내민 지로용지

사기꾼에게

약 같지 않은 약

몇 배나 비싸게 샀다고

목청을 높이는 아버지

이 정도 약도 못 먹을 팔자냐

니그들이 애미 힘든 거 알아주냐

배꼽 잡게 웃겨주냐

사근사근 총각들이 효자지

종일 어깨 주물러주지

온갖 재롱 다 떨어주지

찌글퉁 얼굴 주름 다 펴주지

내 자슥들보다 낫다

뭐든 팔아 주는 게 도리여

할머니 목청 문지방에 걸리고

 

커피 맹키로 어두워진 얼굴

지로용지가 커피에 빠진다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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