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얘야, 고삐를 놓아라

푸른 언덕 2022. 12. 21. 18:50

 

그림 / 이연숙

 

 

 

얘야, 고삐를 놓아라

 

 

소들이 풀을 뜯는다

서산에 떨어지는 붉은 혓바닥

소꼬리 끝에서 일렁이는 구름들

붉은 노을에 놀란 소

일 획을 그으며 언덕을 내달린다

 

소는 아버지의 유일한 재산

소년은 끈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바닥 맨땅에 끌려간다

 

바지 구멍에 흐르는 핏빛

멀리서 들리는 떨리는 음성

얘야, 고삐를 놓아라

그래야 산다

 

 

명퇴,

힘들면 아이들 데리고 집으로 들어와라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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