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맨발 기차 / 이 효

푸른 언덕 2022. 12. 19. 18:20

그림 / 민병각

 

 

 

맨발 기차 / 이 효

 

 

동네에 휘어진 기차가 있다

빗물로 녹슨 선로 위에서

아이들은 외발 놀이 가위, 바위, 보

 

표정 없는 마네킹처럼 넘어가는 해

종착역의 꺼진 불빛은 눈알 빠진 인형

정거장이 사라진 태엽 풀린 기차

 

멈춰버린 음악, 깨진 유리창

구겨진 몸통은 달리고 싶은데

바퀴는 목발을 짚고 절뚝거린다

 

해는 떨어졌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

맨발로 버티는 기차는 바람이 불어도

떠나는 아이들 목소리 잡지 못한다

 

철커덩, 청춘이 떠난 차가운 선로 위

여분의 숨결이 쌕쌕거린다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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