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화사花蛇 /서정주

푸른 언덕 2022. 11. 23. 19:24

 

그림 / 김정래

 

 

화사花蛇 /서정주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베암…

을마나 크다란 슬픔으로 태여났기에, 저리도 징그라운 몸둥아리냐

꽃다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든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룽그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눌이다. …물어뜯어라. 원통히무러뜯어,

 

다라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 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麝香 방초芳草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안해가 이브라서 그러는게 아니라

석유石油 먹은듯…석유石油 먹은듯…가쁜 숨결이야

바눌에 꼬여 두를까부다. 꽃다님보단도 아름다운 빛…

크레오파투라의 피먹은양 붉게 타오르는 고흔 입설이다…슴여라! 베암.

우리순네는 스믈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흔 입설…슴여라! 베암.

 

 

 

서정주 시집 / 화사집

 

 

*화사는 요즘으로 말하면 꽃뱀이다.

*석유를 먹은듯 (정액을 먹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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