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나무 생각 / 안도현

푸른 언덕 2022. 11. 21. 19:04

 

그림 / 김순영

 

 

 

나무 생각 / 안도현

 

 

나보다 오래 살아온 느티나무 아래서는

무조건 무릎 끓고 한 수 배우고 싶다

 

복숭아나무가 복사꽃 흩뿌리며 물 위에 점점이 우표를 붙이는 날은

나도 양면괘지에다 긴 편지를 쓰고 싶다

 

벼랑에 기를 쓰고 붙어 있는, 허리 뒤틀린

조선소나무를 보면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주고 싶다

 

자기 자신의 욕망을 아무 일 아닌 것같이 멀리 보내는

밤나무 아래에서는 아무 일 아닌 것같이 나도 관계를 맺고 싶다

 

나 외로운 날은 외변산 호랑가시나무 숲에 들어

호랑가시나무한테 내 등 좀 긁어달라고, 엎드려 상처받고 싶다

 

 

 

안도현 시집 /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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