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물의 온도 / 장혜령

푸른 언덕 2022. 11. 22. 19:00

 

그림 / 이율

 

 

 

 

물의 온도 / 장혜령

 

 

바람이 지난 후의

겨울 숲은 고요하다

 

수의를 입은 눈보라

 

물가에는

종료나무 어두운 잎사귀들

 

가지마다

죽음이

손금처럼 얽혀 있는

 

한 사랑이 지나간

다음의 세계처럼

 

이 고요 속에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초록이

초록을

 

풍경이

색채를

 

간밤 온 비로

얼음이 물소리를 오래 앓고

 

빛 드는 쪽으로

엎드려

잠들어 있을 때

 

이른 아침

맑아진 이마를 짚어보고

떠나는 한 사람

 

종소리처럼

빛이 번져가고

 

본 적 없는 이를 사랑하듯이

 

깨어나

물은 흐르기 시작한다

 

 

 

 

장혜령 시집 /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

(장혜령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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