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11월의 노래 / 김용택

푸른 언덕 2022. 11. 19. 19:36

 


그림 / 조은희

 

 

 

 

11월의 노래 /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와 닿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김용택 시집 / 그대, 거침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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