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경희
거미줄 / 이동호
누가 급하게 뛰어든 것처럼 내 방 벽 모서리에 동그랗게 파문 번진다
물속에 잠긴 것처럼 익숙한 것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바깥의 누군가가 이 눅눅한 곳으로 나를 통째로 물수제비 뜬 것이 분명하다
곧 죽을 것처럼 호흡이 가빠왔다
삶의 밑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 나는 나조차도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잠든 사이 창을 통해 들어온 거미 덕분에,
내게도 수심이 생긴 것이다
이동호 시집 / 총잡이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정에 일어나 앉으며 / 정철훈 (0) | 2022.05.30 |
---|---|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 이원하 (0) | 2022.05.29 |
반성 704 / 김영승 (0) | 2022.05.27 |
지금 여기 / 홍해리 (0) | 2022.05.26 |
"별은... ..." / 랑보 (0) | 2022.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