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광현
거울의 습관 / 마경덕
주름 많은 여자가
주름치마를 입고 거울 앞에 서 있어요
얼굴을 마주하면 불편한 거울과
솔직해서 속상한 여자의 사이에 주름이 있습니다
한때 미모로 주름잡던 여자는
두 손으로 구겨진 얼굴을 펴고
거울은 한사코 나이를 고백합니다
수시로 양미간에 접힌 기분은
흔적으로 남았습니다
주름진 치마는 몇 살일까요
저 치마도 찡그린 표정입니다
치마는 주름 이전만 기억하고
얼굴은 왜 주름 이후만 기억하는 걸까요
거울처럼 매끈해지려는 여자는
굳어진 표정을 마사지로 수선 중입니다
접혀서 아름다운 건
커튼과 꽃잎, 프릴과 아코디언, 사막의 모래물결, 샤페이, 기다림을 꼽는 손가락....
거울이 겉주름을 보여줄 때 속주름은 더 깊어집니다
여자와 거울
둘의 관계는 쉽게 펴지지 않아요
양미간을 찡그리는 습관보다
거짓말을 못 하는 거울의 습관이 더 무섭습니다
시집 /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마경덕 시인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제 2회 북한강 문학상 대상 / 두레 문학상
*제2회 선경상상인 문학상
*제18회 모던포엠상 수상
*시집 <신발론><글러브 중독자><사물의 입>
<그녀의 외로움은 B형><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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