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거울의 습관 / 마경덕

푸른 언덕 2022. 4. 24. 19:02

그림 / 김광현

거울의 습관 / 마경덕

주름 많은 여자가

주름치마를 입고 거울 앞에 서 있어요

얼굴을 마주하면 불편한 거울과

솔직해서 속상한 여자의 사이에 주름이 있습니다

한때 미모로 주름잡던 여자는

두 손으로 구겨진 얼굴을 펴고

거울은 한사코 나이를 고백합니다

수시로 양미간에 접힌 기분은

흔적으로 남았습니다

주름진 치마는 몇 살일까요

저 치마도 찡그린 표정입니다

치마는 주름 이전만 기억하고

얼굴은 왜 주름 이후만 기억하는 걸까요

거울처럼 매끈해지려는 여자는

굳어진 표정을 마사지로 수선 중입니다

접혀서 아름다운 건

커튼과 꽃잎, 프릴과 아코디언, 사막의 모래물결, 샤페이, 기다림을 꼽는 손가락....

거울이 겉주름을 보여줄 때 속주름은 더 깊어집니다

여자와 거울

둘의 관계는 쉽게 펴지지 않아요

양미간을 찡그리는 습관보다

거짓말을 못 하는 거울의 습관이 더 무섭습니다

시집 /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마경덕 시인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제 2회 북한강 문학상 대상 / 두레 문학상

*제2회 선경상상인 문학상

*제18회 모던포엠상 수상

*시집 <신발론><글러브 중독자><사물의 입>

<그녀의 외로움은 B형><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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