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졸업사진 / 마경덕

푸른 언덕 2022. 4. 25. 18:11

그림 / 박혜숙

졸업사진 / 마경덕

운동장에 모인 우리들

층층이 나무의자를 쌓고 줄을 맞추고

키 작은 나는 맨 앞줄 가운데 앉았다

얌전히 두 손을 무릎에 얹고

사진사가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고무신을 신었으니

뒤로 가라고,

운동화 신은 키 큰 아이를 불러서 내 자리에 앉혔다

초등학교 앨범을 펼쳐도

맨 뒷줄

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까치발로 서 있던 부끄러운 그 시간이

흑백사진 속 어딘가에 숨어있다

마경덕 시집 /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