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푸른 언덕 2020. 2. 20. 09:39

                             김용택 

 

매미가 운다.
움직이면 덥다.
새벽이면 닭도 운다.
하루가 긴 날이 있고
짧은 날이 있다.
사는 것이 잠깐이다.
하는 짓들이 헛짓이다 생각하면,
사는 일이 하나하나 손꼽아 재미있다.
상처받지 않은 슬픈 영혼들도 있다 하니,
생이 한번뿐인 게 얼마나 다행인가.
숲속에 웬일이냐, 개망초꽃이다.
때로 너를 생각하는 일이
하루 종일이다. 너 아니면 집을 나온 내가 어디로 돌아갈까
내 곁에 앉은
주름진 네 손을 잡고
한세월 눈감았으면 하는 생각,
너 아니면 내 삶이 무엇으로 괴롭고
무슨 낙이 있을까
매미가 우는 여름날
새벽이다.
삶에 여한을 두지 않기로 한,
맑은 새벽에도 움직이면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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