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사람의 됨됨이 / 박경리

푸른 언덕 2022. 4. 14. 20:10

그림 / 이대선화

 

사람의 됨됨이 / 박경리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다

부자라고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

후함으로 하여

삶이 풍성해지고

인색함으로 하여

삶이 궁색해 보이기도 하는데

생명들은 어쨌거나

서로 나누며 소통하게 돼 있다

그렇게 아니하는 존재는

길가에 굴러 있는

한낱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인색함으로 하여

메마르고 보잘것없는

인생을 더러 보아 왔다

심성이 후하여

넉넉하고 생기에 찬

인생도 더러 보아 왔다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박경리 유고집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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