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서정철
현상 수배 / 이수명
그는 현상 수배범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넓은 거리의 게시판에 걸려 있다.
사진 속에서 그는 웃고 있다. 전단지가 햇빛에
누렇게 바래고, 빗물에 얼룩이 져도, 이 손이 뜯고
저 손이 찢어도 웃고 있다. 그는 산산조각나고
있다. 어느 날 한 쪽 눈이 없어지고, 또 어느 날
한 쪽 귀가 사라졌다. 남은 형체도 검은 펜으로
뭉개지고 있다. 그래도 그는 웃고 있다. 그는
위험 인물이다. 그가 저지른 위험한 일들이
어디선가 또 저질러지고 있다. 어디에서?
그는 어디에 있는가?
사진 속에서 그는 웃고 있다. 웃으며 이쪽을
넘보고 있다. 그도 자신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는 위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현상 수배한다.
이수명 시집 /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이수명 시인의 네번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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