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어느 봄날, 백목련 나무 밑에서 / 이경임

푸른 언덕 2022. 2. 22. 20:47

그림 / 이연숙

어느 봄날, 백목련 나무 밑에서 / 이경임

꽃들은 허공에서 진다

어떤 꽃들은 허공을 만지지 못하지만

이 백목련은 합장을 하며 기도하듯 핀다

백목련은 하얀 거품이다

백목련은 하얀 거품이 아니다

백목련은 검은 호수가 아니다

목련은 높은 은신처에 숨어 있다

목련이 늙으면 땅으로 자꾸만 시선이 간다

목련은 한숨이거나 도취이거나 저항이다

목련은 허공에서 땅까지 영겁 회귀하는 물질이다

나는 목련꽃에 담긴 너의 강박관념이다

너는 시들어 땅바닥에 뒹굴기 때문에

다시 꽃을 피울 것이다

 

 

시집 / 겨울 숲으로 몇 발자국 더

<이경임 시인>

*꾸준히 철학과 심리학 등의 인문학 전반에

대한 사색을 계속했으며 그 흔적이 녹아든 시집

1998년 <부드러운 감옥> 이후 두번째 펴낸

펴낸 신작 시집이다. '비움'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시집 전체를 끌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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