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내가 숲에 간다는 것은 / 김율도

푸른 언덕 2022. 2. 26. 18:37

그림 / 사영희

내가 숲에 간다는 것은 / 김율도

내가 숲에 간다는 것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야생동물을 다 감당하는 것이다

내가 너에게 간다는 것은

언제 화낼지 모르는 너를

감당하는 것이다

내가 숲에 간다는 것은

숲의 벌레와 해충이라 여기는 것을

받아드리는 것이다

내가 너에게 간다는 것은

너의 허물과 단점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해충이라 여기는 벌레도

내 몸에 오래 살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이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

너의 치명적인 결점도

나에게 오면

나에게 필요한 것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바다에 간다는 것은

빠질지 모르는 위험을 알지만

물과 내가 하나 되어

내가 물 속 깊이 가라앉아

내가 영원히 물이 되어도 좋다는 것이다

시집 / 가끔은 위로받고 싶다

<김율도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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