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이고르 베르디쉐프 (러시아)
벽돌 쌓기 / 이수명
비 오는 날이면 나는 벽돌을 쌓는다
한장 한장
눈먼 벽돌을
잠자는 벽돌을
끝없이 높이 쌓는다.
내가 잠들 때까지
내가 고함쳐 벽돌들을
와르르 깨워도
깨진 채
벽돌들이 다시 무거운 잠에 빠지고
나는 그 위에서 고요해질 때까지
벽돌처럼 붉은 침묵의 핏덩이가 될 때까지
그 핏덩이로 굳어버릴 때까지
나는 쌓는다.
비 오는 날이면
죽은 자의 이빨같이
움직이지 않는 벽돌들을
나란히 차곡차곡 가슴속에
쌓는다.
빗물이 스미지 않게
빗물이 나를 맛보지 않게
눈먼 벽돌들을
이수명 시집 /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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