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깊은 숲 / 강윤후

푸른 언덕 2022. 1. 10. 19:52

그림 / 권 선 희

깊은 숲 / 강윤후

 

나무들이 울창한 생각 끝에 어두워진다

김 서린 거울을 닦듯 나는 손으로

나뭇가지를 걷으며 나아간다

깊이 들어갈수록 숲은 등을 내보이며

 

멀어지기만 한다 저 너머에

내가 길을 잃고서야 닿을 수 있는

집이라도 한 채 숨어 있다는 말인가

문 열면 바다로 통하는

집을 저 숲은 품에 안고 성큼

성큼 앞서 가는 것인가 마른 잎이

힘 다한 바람을 슬며시

 

내려놓는다 길 잃은 마음이

숲에 들어 더 깊은 숲을 본다

 

시집 / 다시 쓸쓸한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