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 원 효 준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는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시집 /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마종기 시인은 동화작가 마해송과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 무용과 박외선 사이에서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 성장해서 의과대학 재학 시절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그 후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40여 년간 방사선과 전문의로 지내면서 시를 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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