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슈퍼 / 고선경(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그림 / 이 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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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슈퍼 / 고선경

(2022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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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은 껍질째 먹는 과일입니다

전봇대 아래 버려진 홍시를 까마귀가 쪼아 먹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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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럭키슈퍼 평상에 앉아 풍선껌 씹으면서

나뭇가지에 맺힌 열매를 세어 보는데요

원래 낙과가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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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한 알에도 세계가 있겠지요

풍선껌을 세계만큼 크게 불어 봅니다

그러다 터지면 서둘러 입속에 훔쳐 넣습니다

세계의 단물이 거의 다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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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사장님 딸은 중학교 동창이고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닙니다

대기업 맛은 저도 좀 아는데요

우리 집도 그 회사가 만든 감미료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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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농담 맛을 좀 압니까?

농담은 슈퍼에서도 팔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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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시 오면

자두를 먹고 자두 씨를 심을 거예요

나는 껍질째 삼키는 게 좋거든요

그래도 다 소화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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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헐렁한 양말처럼 자주 벗겨지지만

맨발이면 어떻습니까?

매일 걷는 골목을 걸어도 여행자가 된 기분인데요

아차차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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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고 머리 위에서 열매가 쏟아집니다

이게 다 씨앗에서 시작된 거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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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던 껌을 껌 종이로 감싸도 새것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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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아래 동전처럼 납작해지겠지요 그렇다고

땅 파면 나오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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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운을 껍질째 가져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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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경>

*1997년 안양 출생

*한양여자대학 문예 창작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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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슈퍼는 현실과 당사자성이 감지된 시다 버려진 과일(홍시), 낙과(사과), 씨는 물론 껍질째 먹는 과일(자두), 그리고 부풀었다 터지는 단물 빠진 풍선껌, 헐렁한 양말, 납작한 동전을 먹는 자판기 등이 있는 '럭키슈퍼'가 화자의 현주소다. 젊은이와는 미래가 먼 오브제들이다. 화자는 '농담 맛'이 가득한 '럭키슈퍼'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화자의 동창이자 '럭키슈퍼' 사장 딸은 감미료로 비유되는 '대기업의 맛'을 맛보고 있다는 대비도 능청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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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시인/ 정끝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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